품종 개발을 담당한 박영식 박사에게 물으니 일부 품종은 머루와 포도를 교배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가 흔히 먹는 포도는 대부분 일제강점기에 들어온 미국종 포도다. 미국종 포도는 식용으로는 무난하지만 양조용으로는 부적합한 점이 많아 미국에서도 유럽종 포도로 와인을 만들고 있다. 어떻게 머루와 교배해 신품종을 개발할 생각을 했는지 묻자 그의 답변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2000년대 초 우리도 와인을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샤르도네 같은 유럽종을 들여오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저는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토양과 기후가 유럽종 포도와 맞지 않거든요. 설령 그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어도 수 천 년이 넘는 유럽의 노하우를 넘어서기는 역부족입니다. 우리는 영원한 2등인거죠. 하지만 머루는 한국의 맛과 향을 가지고 있고 우리 기후에도 잘 맞습니다. 유럽종 포도보다 안토시아닌도 풍부하구요. 그래서 한국 와인의 미래를 우리 토착 품종인 머루에서 찾고 싶었습니다."
그는 산과 들을 헤매며 야생 머루를 수집하고 포도와 교배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심지어 백제 유적에서 발견한 머루 씨의 유전자를 분석해 지금의 머루와 비교하는 일도 하고 있다. 양조용 품종만 개발하는지 묻자 그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고 답했다. 신품종을 만들면 재배해서 맛도 보고 와인도 만들어서 어떤 쪽으로 더 적합한지 나중에 판가름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1~2년 안에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포도를 10년 넘게 길러야 결론이 나는 일인 것이다.
금번에 샤또 나드리에서 만든 다섯 가지 와인은 박영식 박사가 20년 전부터 개발한 청향, 허니레드, 블랙스타, 블랙아이, 블랙썬으로 만든 것들이다. 이중에서 양조용 포도는 블랙아이와 블랙썬 뿐이다. 청향, 허니레드, 블랙스타는 식용으로도 쓰이는데 맛이 워낙 좋아 1kg당 가격이 1만 원에 육박한다. 이렇게 비싼 포도로 어떻게 와인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샤또 나드리 임광수 대표의 고집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포도 값을 조금이라도 줄여 보고자 임 대표는 포도를 직접 길렀다. 그것 뿐만이 아니다.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첨단 장비도 필요하다. 임대표는 독일과 이탈리아까지 직접 날아가 삽목기와 양조용 탱크를 사오는 등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임 대표는 몇 년 전부터 신품종의 묘목을 길러 배포하는 일도 하고 있다. 아직까지 청향, 블랙아이, 블랙썬 등으로 와인을 만들어 출시하는 곳은 샤또 나드리 뿐이지만, 묘목을 사가서 기르는 곳들이 있으니 몇 년 뒤에는 이 품종으로 만든 한국와인들이 많아지지 않겠냐며 임 대표는 희망찬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너브내 화이트 스파클링
풋사과, 라임 등 과일향이 상큼하고 사향과 아카시아 등 꽃향이 은은하다. 톡 쏘는 듯 흰 후추 계열의 향신료 향도 살짝 느껴진다. 이탈리아산 프로세코나 스페인산 카바 못지 않게 화사하고 경쾌하다.
◇너브내 화이트 드라이
부드러운 질감 속에 복숭아, 멜론, 바나나, 리치 등 잘 익은 과일향이 가득하다. 오크 터치가 느껴지고 무게감이 있어 닭고기나 돼지고기 등 백색육 요리와 즐기면 잘 어울릴 스타일이다.
적당한 단맛과 상큼한 신맛의 밸런스가 뛰어나 새콤달콤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 향긋한 포도향과 함께 잘 익은 복숭아, 참외 등 과일향이 풍부하다. 차게 식혀 매콤한 음식에 곁들이면 궁합이 잘 맞을 듯하다.
◇너브내 로제 스위트
체리, 자두, 산딸기 등 붉은 베리류의 풍미가 가득하고 장미향도 느껴진다. 살짝 단맛이 있고 질감이 부드럽다. 짭짤하거나 매콤한 음식과 잘 어울릴 스타일이다. 피크닉이나 캠핑을 가서 시원하게 즐기고 싶은 와인이다.
◇너브내 레드 드라이
체리, 라즈베리, 자두 등 까맣게 익은 과일향이 풍성하고 삼나무 향이 복합미를 더한다. 타닌이 많지 않고 질감이 매끄러워 레드 와인의 떫은 맛을 싫어하는 사람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육류와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다.
June 15, 2020 at 04:24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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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뉴스레터] 신품종에서 한국와인의 미래를 보다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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