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세상에는 좋은 사람과 좋은 인연이 많다는 걸 나누고 싶어요”
지난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천사 같던 윗집 할아버지 잘 계시나요?”라는 제목으로 사연이 하나 올라왔다.
이날 사연을 올린 글쓴이 A씨는 자신을 40대 후반 여성이라고 밝히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A씨는 11년 전쯤 지금 사는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떡 만드는 걸 좋아하는 A씨는 이사 떡으로 직접 시루떡을 쪄서 윗집에 인사를 갔다.

“띵동”
벨을 눌렀는데도 한참이나 소리가 없기에 가려고 하던 찰나, 문이 스르륵 열렸다.
문을 열고 나온 이는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였다.
“옷을 입느라 늦었네요. 미안합니다”
A씨가 건넨 이사 떡에 할아버지는 “요새는 이런 집 잘 없는데, 감사합니다”라고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윗집을 시작으로 A씨가 이웃들에게 떡을 돌리고 온 사이, 할아버지는 A씨 집 문손잡이에 검은색 비닐봉지를 하나 걸어두었다.
비닐봉지에는 호박 두 개와 호박잎이 들어있었다. 이와 함께 종이에 정성 들여 쓴 글씨가 적혀 있었다.
“반가워요”
그렇게 인연을 맺게 된 A씨와 할아버지.
알고 보니 할아버지는 4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말도 거의 하지 못하고 거동 자체가 불편한 아내를 할아버지는 혼자 다 보살피며 지냈다.
A씨는 “정말 지극정성으로 할머니를 휠체어에 태우시고 아침저녁 매일 두 번씩 꼬박꼬박 산책하시고, 할머니 옷도 매일 정성껏 색색깔로 갈아입히셨다”고 전했다.
A씨는 그런 할아버지 내외를 뵐 때마다 항상 반갑게 인사를 나눴으며, 음식을 할 때면 종종 나눠드리고는 했다.
A씨가 음식을 나눠드린 날에는 꼭 검은색 비닐봉지가 문고리에 걸려 있었다.
쌀 튀밥, 김부각, 깻잎, 콩잎, 장단콩, 귤, 사과, 곶감 등등..
그러지 않으셔도 된다고 했지만 할아버지는 꼬박꼬박 검은색 비닐봉지를 놓고 갔다.

그러던 어느 날, 큰일이 생겼다.
A씨가 혼자 집에서 가계부를 정리하고 있던 어느 오후였다.
위층에서 쿵 하고 큰 소리가 났다.
A씨는 “평소에 휠체어 소리도 한 번 안 나는데 갑자기 소리가 나니까 촉이 안 좋았다”고 했다.
A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폰을 했지만, 윗집에서는 아무 응답이 없었다.
A씨는 직접 올라가서 문을 두드렸다.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A씨는 119에 신고했다.
급하게 문을 뜯어내고 들어간 구조대와 A씨는 휠체어에서 떨어져 쓰러져 있는 할머니를 발견했다.
할머니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에서는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설명했다.
뒤늦게 도착한 할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덜덜 떠는 손으로 A씨를 붙잡았다. A씨 또한 할아버지의 손을 꽉 잡아드렸다.
할아버지가 아내와 함께 병원에 있을 동안, A씨는 열쇠 수리공을 불러 할아버지 집 현관문을 고쳤다.

다음 날, 할아버지는 박카스 한 박스를 들고 고맙다며 찾아왔다. A씨가 괜찮다고 마다했지만 10만원까지 손에 쥐여주고 갔다.
그 뒤로, 할아버지는 A씨 가족의 수호천사가 됐다.
A씨는 “남편이 아침 7시 출근인데 누가 자꾸 차를 닦아놓는다고 해서 보니까 아침 5시 30분에 할아버지가 나오셔서 차를 닦아주고 계셨다”고 했다.
심지어 겨울에는 뜨거운 물로 차 앞 유리에 눈 언 것까지 다 닦는 할아버지였다.
A씨가 그러지 마시라고, 그러다 병나신다고 하는데도, 요리조리 차를 구석에 숨겨 주차해놓아도, 할아버지는 귀신같이 차를 찾아내어 닦아놓았다.
결국 A씨의 남편이 “제 취미가 손 세차다. 제 취미를 빼앗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나서야 할아버지의 세차는 멈췄다.

할아버지는 그 뒤로도 꼬박꼬박, 일주일에 두세 번 씩 A씨 집 문 앞에 각종 채소와 군것질거리를 걸어두었다.
따끈하게 찐 옥수수나 요구르트 따위의 간식을 받은 A씨는 받는 만큼 열심히 밑반찬을 만들어 할아버지 댁에 가져다드렸다.
그렇게 3년이 더 지났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할아버지는 자식들이 자신을 모시기로 해 이사를 가게 됐다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아들만 둘인데, 막내딸 생긴 기분이어서 좋았어요”
할아버지는 그리고는 A씨의 손에 무언가를 쥐여주었다.

옥가락지 하나와 은가락지 하나였다.
“우리 할머니가 생전에 쓰던 거 다 정리했는데, 붙박이장 치우다 보니까 서랍 틈에 딱 그 두 개만 남아있더라구…
할망구가 막내딸 생겨서 주라고 남겨놓은 건가 보다 싶어서 들고 내려왔어요”
할아버지의 아들들 또한 “아버지 통해서 이야기 많이 들었다. 감사하다”고 A씨에게 연신 고개를 숙였다.
A씨는 “가끔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문득 할아버지가 떠오른다”며 “요즘 같은 세상에 누군지 몰라도 엘리베이터만 타면 고개 숙여 인사하시고 별일 없냐고 물어봐 주시던 할아버지 덕분에 저희 동은 아직도 엘리베이터에서 주민들끼리 마주치면 꼭 인사를 나눈다”고 덧붙였다.
“803호 할아버지 잘 계시지요? 덕분에 많이 행복했었어요.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세요”
June 17, 2020 at 08:5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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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어른’이었던 803호 할아버지를 찾습니다” - 에포크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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